[우·리·의·주·장] ´과로사´ 더는 안된다

최근 한라일보, 전남매일 소속의 데스크 2명이 과로사로 유명을 달리했다. 조선일보에서는 작년 간부 몇 명이 비슷한 때에 입원한 데 이어 지금도 일선기자 3명이 암 투병을 벌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착잡한 일이다.

몇 해 전부터 큰 병을 얻어 쓰러지는 기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병마가 언제 자신에게 덮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이제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언론계는 자기 거울이 없다. 세습경영과 권위주의적 문화가 판을 치면서도 바깥을 향해서는 염치도 없이 이를 깨야 한다고 목청을 돋운다. 과로사도 똑같다. 언론사 내부의 과로사는 외면한 채 남의 동네의 과로사에는 왜 그리 관심이 많은지.

갑자기 기자들에게 건강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선 원인은 무엇일까. 무한경쟁체제 진입에 따라 업무량이 과부하되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누적되면서 육체적으로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탓이다.

특히 과로사한 지방지 데스크들의 사례는 IMF사태 이후 급여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노동 강도가 강화된 지방지의 근무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한 사람이 과거 2,3명의 몫을 맡는 일이 흔하고 심한 신문사는 한 명의 기자가 지면 한 면을 담당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언론 쪽도 개인당 업무량의 급증으로 몸이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얼마전 원광대에서 조사한 사회저명인사 평균수명 통계를 보면 언론계가 65세로 가장 낮다. 남들보다 일찍 죽는다는 생각에 이르자 등골이 서늘해진다. 근래 일본 언론계에서도 과로사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는 등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공통된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여기에는 한국 기자사회에만 존재하는 특유의 문화도 작용했다고 본다. 권위주의적인 상하관계, 천편일률적인 보도 경향에 따른 지나친 타사 기사 의식, 기사 낙종에 대한 강박관념과 끊임없는 긴장, 이를 해소하기 위한 폭음 문화 등 건강을 해치는 항목들만 죄다 모아 놓았다. 포화가 쏟아지는 전쟁터의 종군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목숨을 담보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자기파괴적인 문화풍토를 함께 개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병원 신세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심지어 부음소식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언론사는 기자들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내실 있는 건강 관리, 근무강도 완화, 휴가 및 재충전기회확대 등을 통해 언론사는 기자들의 건강 유지에 신경을 더 기울여야 한다. 기자들도 운동,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자기 몸은 자기 스스로 관리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이 시대가 기자에게 요청하는 과업이 아직도 산적한 만큼 기자들은 반드시 건강해야 한다. 기자의 건강문제에 대해 언론사는 물론이고 기자 스스로도 진정으로 다시 생각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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