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물이 애물단지로 / 안동MBC 정동원 기자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주간 시사물 제작에 지쳐있던 무렵, 이 제작 아이템이 찾아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 월영교가 썩어간다?’ 현장의 나무 썩는 그림 좀 찍고, 왜 썩었는지, 대책은 뭔지…. 뻔한 스토리를 그리며 취재에 뛰어들었다.

월영교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안동시를 찾았다. 다리의 재질이나 준공일 등 기초적인 자료를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무 것도, 아무도 모른다”였다. 다리 상판목재의 개수를 물으니 직접 세보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취재진을 배웅했다. 안동시가 짓고 관리하고 있으니 모든 자료는 안동시에서 가지고 있을 텐데 이들이 협조해주지 않으니 난감했다. ‘행정정보 공개 청구’란 절차가 있지만 오기가 발동했다. 위기는 곧 기회! 생각도 못한 곳에서 취재 의욕이 끓어올랐다. 바빠지기 시작했다. 목재 개수를 직접 세는 것을 비롯해서 시공사, 감리사 등의 관계자들 뿐 아니라 여러 ‘목재’ 전문가들을 섭외해야 했다. 그러나 한계가 찾아왔다. 다리 부식을 진단해줄 수 있는 목재 전문가들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목재 산업’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서 전문가 풀이 좁게 형성돼 누구도 싫은 소리를 하기 싫었던 것이다.

취재진이 직접 나무다리의 상태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문제는 돈이었다. 안전진단을 의뢰하는데 5백만원 안팎의 용역비가 든다는 것이었다. 회사에 협조를 구했지만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굳이 15분짜리 취재를 위해 예산에도 없는 돈을 쓸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다리 전체가 썩어 있어 통행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가정은 현실이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이 없는 취재진으로서는 더 이상 떼를 쓸 수도 없었다.

취재진이 직접 나무를 떼 내 가공한 뒤 나무의 강도 같은 최소한의 검사만 의뢰했고, ‘그대로 둬서는 안될 다리’라는 어느 정도의 결과를 얻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들을 섭외한 건 행운이었다. 그들이 ‘공짜로’ 현장에 내려와서 진단과 원인을 짚어줬다. 취재진이 지목한 여러 다리 부식의 원인은 차츰 마름질돼 갔고 최종적인 확인 절차를 거쳐 민감한 문제들을 방송할 수 있었다.

자칫 밋밋하고 상투적인 고발 기사로 끝났을 아이템을 밀착 취재할 수 있도록, 취재의욕을 한껏 불타게 해준 안동시 공무원‘들’한테 감사(?)드린다. 안동MBC 정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