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전문가 수해현장 입체진단 기획은 물난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던 7월 말경 오귀환 편집국장이 심층기획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하면서 시작됐다. 지역부문 김학준 차장이 7월5일자 1면으로 보도한 ‘물난리 선제예방 급하다’ 기사가 맞지 않았느냐며 근본적인 문제점을 점검할 필요성이 있지 않겠냐는 문제제기였다.
한국의 소방방재청과 한국방재협회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를 수배하고 섭외를 하는데만 1달 가량이 걸렸다. 전문가 점검이란 방향은 결정했지만 구체적인 아이템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일 각각 2명씩 모두 4명의 전문가와 통역, 기자 3명 등 10여명의 취재팀이 8월27일 일주일의 일정으로 강원도 평창의 수해 현장으로 출발했다.
헬기를 타고 돌아본 강원도 인제와 평창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산 곳곳이 폭격을 맞은 듯 패이고, 정상에서 아래쪽까지 길을 낸 듯 곳곳이 상처투성이였다. 자연의 힘 앞에서 우리 취재팀은 할 말을 잊었다. 이런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 나약한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미약할 것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대의 노력을 할 따름이다.
한국에서의 취재가 마무리될 무렵 다시 일본 취재계획을 얘기했다. 우리와 같은 시기에 산사태를 입은 나가노현 오카야시를 넣어서 일정을 잡자고 했다. 9월 중순부터 곧바로 취재를 하자고 했더니 일본의 전문가들이 난색을 표했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태 마무리가 다 되면 현장을 볼 수 없으니 되도록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사정을 얘기하고 지자체의 협조가 없더라도 일단 출발해 현장을 가보자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일본에서 느낀 점은 역시 재해 방지 선진국이란 느낌이었다. 지자체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의 예보체계와 재해방지 시설물 등이 눈에 띄었다. 사방댐이며, 재해지도, 헬기를 통해 하루 종일 감시하는 시스템 등등 모든 것들이 부러울 뿐이다.
기사가 나가면서 소방방재청이나 지방자치단체, 학자 등 전문가들로부터 제대로 짚었다는 얘기가 전해져온 것이 큰 보람이었다. 오랫동안 현장을 다니는 일도 흔치 않고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듣는 것도 여느 취재와 달랐다고 얘기했다. 모쪼록 이런 평가가 말에 그치지 않고 방재 정책에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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