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창룡 심사위원(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한국 출판계의 대리번역 실태를 추적하여 그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린 KBS의 ‘마시멜로 이야기’ 파문 보도가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획보도부문에서는 세계일보에서 관변 보고서, 짜깁기 보고서 등 6천여 건의 자료를 분석하여 탐사 보도한 ‘정부싱크탱크 대해부’와 한겨레신문의 ‘한일전문가 수해현장 입체진단’ 보도 등 2건이 수상작에 선정됐다.
한겨레의 ‘수해현장 입체진단’ 보도는 처음부터 대책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는 등 타 언론사와의 보도에서 차별화에 성공한 점이 심사위원들 사이에 좋은 평가를 유도했다. 기획보도방송부문에서는 SBS의 ‘평당 천8백 만원 고분양가의 진실은?’이 뽑혔다. 언론사가 주로 시민단체의 발표문 등에 의존했는데 이 보도는 취재기자가 직접 고분양가의 내막을 캐나가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모습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9건의 후보작중 5건이 예선을 통과했지만 본선에서는 춘천CBS의 ‘80억으로 껍데기만 사’라는 제목의 보도가 수상작에 올랐다. 감시, 견제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해경의 이상한 해상구조기 구매’경위를 자세하게 취재·보도한 정성이 높이 평가됐다.
지역기획 신문, 통신부문에서는 경기일보의 ‘이름뿐인 사회복지법인 상록원-현직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 등기이사로 활동’의 보도가 턱걸이로 수상대열에 올랐다. 무난한 수상작이라는 평가가운데 보도의 초점이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행정관리부재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는 안동MBC의 ‘안동 월영교, 명물이 애물단지로’가 기자상에 선정됐다. 30년 목표로 세워진 국내 최대 목조다리가 3년이 채 못돼 벌써 썩어 들어가고 있는 문제점을 고발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운영과 부실공사에 대한 감시, 견제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큰 작품이 없었다는 평가 속에서도 각 언론사의 취재기자들은 활발한 취재활동을 하는 모습이 한국언론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호평이 나왔다. 다만 일부 출품작 가운데는 취재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알아내 취재에 나섰지만 공적서에는 마치 순수하게 자체 취재기획에서 보도물이 나온 것처럼 적시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향신문의 ‘교육보고서 한국의 고3 시리즈’, KBS부산 ‘성묘막은 황제골프 연속보도’ KNN의 ‘드라마 페스티벌 예산 전용 의혹’ 등의 작품은 우수한 수상후보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예선을 통과했으나 본선의 치열한 수상기준치를 뛰어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수상일보 직전에서 좌절한 탈락팀에게 지면으로나마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취재보도부문
‘마시멜로 이야기’ 파문과 대리번역 실태 추적
KBS 문화복지팀 유원중 기자



 
 
지난 9월, 늦더위에 찾아온 우리사회의 화두 1가지. ‘인문학의 위기’
인문학 위기 선언이 나온 배경은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출판과 학술담당 기자인 나는 ‘기사거리로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 ‘배부른 고민 아니야’ 라는 회의감도 없지 않았다.
단행본 출판시장이 최근 홍보·마케팅 열풍에 휩싸여있다. 1-2주 내에 베스트셀러에 들이밀지 못하면 망하는 도서시장. 할인에다 경품, 1+1 등 덤을 얹어주지 않으며 세일즈를 하기 힘든 것이 우리 출판계의 현주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와 올해 최대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마시멜로 이야기’는 과연 출판의 홍보 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고상해 보이는 이미지의 아나운서 출신을 방송인을 번역가로 쓸 생각을 하다니...
선 지급한 인세만 12만 불, 행여나 이 책이 실패할 경우 낭패가 예상되는 출판사는 결국 ‘부정’ 마케팅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나보다.
출판사는 책 홍보에 도움을 받고 방송인은 계약금과 인세에다가 잘만 되면 자신의 처져 가는 이미지를 올릴 수도 있는 ‘윈-윈 전략’. 그들에게 번역가의 존재는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이철호 기자의 후속보도에서 드러났지만 방송인뿐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지식인이라고 인정되던 분들도 이름만 빌려준 대리번역에 참여한 것이 드러났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팔았지만 취재 이후 떳떳이 명예를 지키기보다는 변명하기 급급한,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숨기에 급급했다. 과연 이 사람들에게 책은 어떤 의미이고 책 한 귀퉁이에 올라 있는 자신의 이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한 것일까?
문제는 이런 도덕적 해이가 우리 사회에 너무 만연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취재는 지식산업을 한다는 출판사가 남의 지식을 쉽게 돈으로 매수하는 일에 공범이 아니라 주범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하지만 결과는 방송인 정 모씨의 신변에만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쏠렸고 결국 현재 네티즌들의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정 모씨 한 사람으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사회적으로 돈의 가치가 문학. 철학. 윤리 같은, 뭐 이런 ‘고리타분 것들’의 가치를 압도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씁쓸함.... 인문학의 위기는 결국 이런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는 느낌이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2편)


한일전문가 수해현장 입체진단
한겨레 사진부문 이종근 기자



 

 
 
 
한-일 전문가 수해현장 입체진단 기획은 물난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던 7월 말경 오귀환 편집국장이 심층기획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하면서 시작됐다. 지역부문 김학준 차장이 7월5일치 1면으로 보도한 ‘물난리 선제예방 급하다’ 기사가 맞지 않았느냐며 근본적인 문제점을 점검할 필요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문제제기였다.
한국의 소방방재청과 한국방재협회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를 수배하고 섭외를 하는데 만 1달 가량이 걸렸다. 전문가 점검이란 방향은 결정했지만 구체적인 기사의 아이템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일전문가 각각 2명씩 모두 4명의 전문가와 통역, 기자 3명 등 1십여명의 취재팀이 8월27일 일주일의 일정으로 직접 강원도 평창의 수해 현장으로 출발했다. 자연재해의 왕국 일본의 전문가들답게 현장을 보자마자 해결책이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헬기를 타고 돌아본 강원도 인제와 평창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산 곳곳에는 폭격을 맞은 듯 패이고, 산 정상에서 아래쪽까지 길을 낸 듯 곳곳이 상처투성이였다. 자연의 힘 앞에서 우리 취재팀은 할 말을 잊었다. 이런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 나약한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미약할 것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대의 노력을 할 따름이다.
한국에서의 취재가 마무리될 무렵 다시 일본 취재계획을 얘기했다. 우리와 같은 시기에 산사태를 입은 나가노현 오카야시를 넣어서 일정을 잡자고 했다. 9월 중순부터 곧바로 취재를 하자고 했더니 일본의 전문가들이 난색을 표했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태 마무리가 다 되면 현장을 볼 수 없으니 되도록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사정을 얘기하고 지자체의 협조가 없더라도 일단 출발해 현장을 가보자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일본에서 느낀 점은 역시 재해 방지 선진국이란 느낌이었다. 지자체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재해를 막을 수 있는 예보체계와 재해방지 시설물 등이 눈에 특히 띄었다. 사방댐이며, 재해지도, 헬기를 통해 하루 종일 감시하는 시스템 등등 모든 것들이 부러울 뿐이다.
기사가 나가면서 소방방재청이나 지방자치단체, 학자 등 전문가들로부터 제대로 짚었다는 얘기가 전해져온 것이 큰 보람이었다. 오랫동안 현장을 다니는 일도 흔치 않고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듣는 것도 여느 취재와 달랐다고 얘기했다. 모쪼록 이런 평가가 말에 그치지 않고 방재 정책에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탐사보도 ‘정부 싱크탱크 대해부’
채희창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장



   
 
‘국책연구소에서 생산하고 있는 정책연구보고서는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일까’
탐사보도 ‘정부 싱크탱크 대해부’ 시리즈는 재정경제부, 금융권 등 취재 현장에 있을 때 보고서 인용기사를 수없이 작성하면서 품었던 의문을 해소하고 싶다는 발상이 기폭제가 됐다. 취재가 깊어지면서 자연스레 “혈세로 운영되는 국책연구소가 정부의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지 검증해 보자”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한달 반 동안 진행된 취재는 각오했던 대로 쉽지 않았다. 취재과정에서 한 선임연구위원에게 “기자들이 박사들의 용역보고서 허실을 파헤치기는 벅찰 것”이란 충고도 들었다. 이는 투지를 키우는 ‘약’으로 삼았다.
취재팀은 정량(통계) 분석과 정성분석 등 두 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공공기관 65곳의 6천6백68개 정책용역 목록을 엑셀프로그램으로 분석하며 기관별로 만연한 ‘코드 발주, ‘정책 편식’ 현상을 수치화했고, 각 보고서 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해 뒷 북·졸속·맞춤형 보고서 실태를 고발했다. 문제 보고서를 찾아내 세미나를 한 뒤 해당 박사들과 ‘이론 투쟁’을 감행하기도 했다. 국책연구소 연구원과 용역수주 교수 1백78명을 설문 조사해 ‘양심에 어긋나는 보고서를 쓴 적이 있다’(37%), ‘맞춤형 보고서를 요구받았다’(64%)는 결과를 얻어낸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확이었다.
어려움도 많았다. 행정정보공개청구로 연구용역 보고서 목록을 얻는 과정이 공무원들의 비협조로 순탄치 않았다. 6천6백68개에 달하는 용역 리스트를 엑셀에 입력, 분석하는데 일손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당초 출고 시점을 미루기도 했다.
이 같은 고충에도 불구하고 정부 싱크탱크에 대한 메스를 처음으로 들이대 ‘무기력하고’ ‘공기업 같이 느슨하던’ 국책연구소가 탈바꿈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큰 보람이다. 정부 싱크탱크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음에도 항의전화나 반론보도 요청을 받지 않은 것은 탐사보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취재팀은 앞으로도 정부 싱크탱크들이 국가의 비전과 정책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는 지 감시의 눈길을 소홀히 하지 않을 작정이다. 개인생활을 포기하고 고생한 특기팀원, 취재팀을 믿고 기다려준 차준영 편집국장 등 선배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평당 천 8백만원, 고분양가의 진실은?
SBS 뉴스추적 윤창현 기자

코끝을 간질이는 싱그러운 풀냄새,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산자락에 나지막이 안겨있던 포근한 동네. 3∼40년을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대문을 열고 지내도 지금껏 도둑 한 번 든 적 없을 정도로 선량했고, 나라도 쓸모 없다고 팽개친 시유지와 국유지에서 크고 작은 돌들을 골라내고 대들보를 세우고 시멘트를 발라 지은 지붕 낮은 소담스런 주택들은 그들에겐 더없이 마음 편한 안식처였다. 바로 지난 가을 기자가 찾았던 은평 뉴타운 예정지인 한 마을의 풍경이다.
서울시는 이들이 사는 동네의 주거가 낡고 비효율적이라면서 뉴타운을 만들어 주겠다고 나섰고,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기자가 인터뷰하거나 만났던 뉴타운 주민 가운데는 단 한 사람도 정부나 시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상상하지 못했던 고분양가로 그들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 좁지만 마음 편히 몸을 눕힐 수 있었던 내 집을 갖고 있던 뉴타운 사람들은 전세 값도 안 되는 보상금을 받고 거리로 쫓겨날 형편이 됐고, 이 마을의 정겨운 풍경도 산산조각이 났다. 고분양가가 앗아간 것은 주민들의 단순한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던 것이다.
취재를 시작할 즈음 이런 고분양가 논란은 파주와 판교 등 수도권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파주 ‘ㅎ’ 아파트의 사례는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파주시의 분양가 인하 권고 내용이 알려졌던 터라 보다 심층적인 내용의 확보가 필수적이었던 상황. 과연 분양가를 분석할 만한 구체적 자료를 얼마나 찾아낼 수 있을까가 고민스러웠지만 의외로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아파트 건설사와 시행사는 이미 1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각종 인.허가 관련 자료들을 시에 제출한 상태였고, 여기서 취재진은 이들의 건축비 도급계약서 사본과 토지 보상비 지급 내역 등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추산한 택지 조성원가와 건축비는 실제 분양공고에 나타난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파주 ‘ㅎ’ 아파트의 시행사 임원은 땅값을 조성원가가 아니라 감정평가를 통해 부풀렸음을 시인했다. 자신의 브랜드 이름을 빌려주고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는 “가격은 논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원가 공개를 거부했지만 “당신이 (가격 구조를) 더 잘 알 텐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말을 덧붙였다. 행간에 숨겨진 ‘폭리’라는 말을 유추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건설업체는 지금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취재가 얼마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또 하나의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와 건설업체 관계자들을 다각도로 접촉했지만, 내부 자료를 입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몇몇 관계자들로부터 구체적인 아파트 건설 투입비용과 이익 등이 계산된 업계 내부 계획서와 시행사와 건설사 간의 도급계약서 등 내부 문건 20여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취재진은 일반적인 아파트의 실제 건축비와 토지 조성 원가, 그리고 중도금 무이자와 같은 업계의 허위광고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분양가 인상을 통한 이익 나눠먹기 조항이 건설사와 시행사 간의 거의 모든 아파트 건축 도급계약서에 들어 있음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건설업계, 시행업계 관계자들은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취재진에게 내부의 속사정을 얘기해 줬고, 이번 취재가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사실 그들도 업계 내부에서 일하고 있지만 치솟는 분양가에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져 가고 있는 서민들이었다.
이번 취재의 또 다른 축은 공기업들이었다. 공공택지와 주택공급을 도맡고 있는 토공과 주공. 공기업의 특성상 보다 투명한 분양가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들로부터 받은 분양 원가 관련 자료들은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하기 힘든 숫자의 나열에 불과했고, 대부분 비용들은 민간업체들의 그것보다 몇 배나 비싸게 책정된 것들이라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공기업 관계자들은 아파트를 분양 받은 개인이 투기적 이익을 영유하는 것보다 기업들이 이 이익을 환수하는 게 더 좋지 않으냐는 궁색한 논리로 고분양가를 정당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것은 역으로 적지 않은 투기적 이익을 분양가에 얹어 챙겨가고 있음을 시인하는 셈이 된다. 우리 정부 내의 주택정책 라인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관료들이 내세우고 있는 이런 논리는 지난 몇 년간 고분양가를 합리화하며 서민들의 주거생활을 위기로 몰아넣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최근 몇 년간 다락같이 치솟은 아파트 분양가는 많은 소비자들을 빚더미에 앉게 만들거나 아예 시장 밖으로 밀어내 버리는 시장 실패의 하나다. 건설업계와 정부는 시장 경제의 원칙을 내세우며 원가 공개와 분양가 폭리 구조를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시장 자율’이라는 미명 하에 만들어진 고분양가라는 괴물이 공정거래와 건전한 주택시장을 파괴하는 시장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는 아파트 고분양가는 적절한 규제와 검증시스템이 결여된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얼마나 허구일 수 있는 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역취재보도부문
“80억으로 껍데기만 사”해경의 이상한 해상구조기 구매
cbs 김중호 기자

일본의 전국시대 곧 천하를 통일할 것 같던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들의 반란으로 혼노지라는 절에서 일생을 마친 것을 두고 일본인들은 ‘혼노지를 조심하라’는 격언을 만들어냈다.
그만큼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말이다.
최근 한국은 이어도, 독도 문제 등으로 일본,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상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경의 전력 강화 사업도 이 같은 국제정세 속에서 추진된 야심찬 사업중 하나이다. 그러나 해경의 장비도입과 관련된 잡음은 끊이질 않았고 해경 내부에서조차 이 같은 일련의 장비도입과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었다. 국가 방위력에서 외적인 전력보강도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의 투명성과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부패라는 내부의 적을 솎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번 취재에 임하게 됐다.
취재결과 대한민국의 해상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해경의 추진사업이라고 믿어지기 힘들만큼 큰 의혹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장비입찰에 문외한인 기자가 보더라도 일방적인 특정사 밀어주기 식 장비도입과정은 국민의 혈세 낭비는 물론 장비도입 이외의 목적이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까지 들게 만들었다. 입찰과정에서 어이없이 탈락하게 된 입찰사들이 앞으로 해경사업에 참여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 몸을 사리는 등 취재에 어려움도 많았다.
기사가 나간 뒤 의혹 투성이인 해상구조기 도입과정에 대한 청취자들과 독자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지난 10월 있었던 해양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해상구조기 도입사업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됐으며 해경은 기사가 지적했던 입찰과정의 문제점들을 고치고 기술심사위원들을 모두 교체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번 취재를 통해 제대로 된 공개경쟁입찰이 이뤄진다면 적어도 수 십 억원의 국세를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감시라는 언론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기사였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기자는 기사로 승부하는 거라며 취재기자가 몇 명밖에 없는 열악한 지역국 사정속에서도 변함 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춘천CBS 하근찬 보도국장님이 없었더라면 이 기사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 후배기자 두 명이 자리 비운 태가 나지 않도록 도와주신 손경식 선배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악전 고투 속에서 동기인 박현 기자와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물에 대한 상인지라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이름뿐인’ 사회복지법인 상록원-현직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 등기이사로 활동
경기일보 전상천 탐사보도팀장

본보 탐사보도팀은 최근 사회복지법인 ‘상록원’이 용인시 이동면 일대에 1만3천여 평 규모의 불법 창고단지를 조성,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는 반면 정작 노인복지시설은 12년 간 운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 결과 확인했다.
상록원 현 이사장 김성곤 씨가 구 민주당 경기도당 사무처장과 경기도의회 의원을 역임했으며, 법인 이사로 지난 94년 7월 노무현 대통령과 조세형 전 주일대사이자 현 열린우리당 고문 등 구 민주당 인사를 비롯,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관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상록원은 법인설립 후 12년이 지났음에도 법인목적 사업인 노인복지시설을 운영조차 않고 있다. 관련 규정은 법인 사업개시 연한인 3년이 지나면 청산절차를 밟게 돼 있다.
사실상 상록원은 사회복지법인의 탈을 쓴 ‘복마전’이었다.
또 청와대 대변인실은 ‘노 대통령의 취임 이전 일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해명을 보내왔다.
청와대는 상록원의 탈ㆍ불법 관련 투고도 해당기관에 민원만 이첩시켰을 뿐 문제를 깨끗이 정리하지 않은 채 덮은 상태였다.
조 의원은 ‘좋은 취지여서 명의만 빌려준 것 뿐’이라고 책임회피성 답변만 하는 등 정치인사권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보는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감찰기관까지 덮고 넘어가려 했던 자칫 잊혀질 뻔했던 과거행적을 추적해 보도함으로서 잘잘못을 뒤늦게나마 지적,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본보는 이번 취재 및 보도과정에서 끊임없는 ‘자기검열’ 과정에 시달려야 했다. 그 이유를 대개 현직 대통령의 잘못된 과거행적을 보도함에 따라 자칫, 향후 감당해야할 지방의 한 종이신문이 겪어야 할 ‘밉보임’ 혹은 ‘세무사찰’(?) 등의 고달픔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예상치 못했던 부분은 사실 아니다.
그러나 본보의 자기검열은 일부 언론에 만연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과 관련 없는 사안을 인연(?)있는 일로 만들려는 의도, 즉 억지성(?)을 내포하는 게 아닐까’하는 것이었다. 취재과정에서 증거 미확보 등으로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 내용까지 기사화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기사의 진실성 여부 미확인이나 공정함 상실, 논리적 모순에 따른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기 위한 고민이었다.
본보 탐사보도팀의 지난 9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것은 저희 지역 일간지의 취재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해 본다. 기자들의 하루 끼니를 떼울 양식(?)을 구하기 위한 몸부림은 깊이 있는 포괄적인 분석기사 등의 결여로 황색저널로 내몰리고 있는 는 현 취재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탐사보도팀장인 된 본 기자에게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라고 들려준 박흥석 편집국장의 옥언을 이 글 말미에 덧붙이고 싶다. 항상 되씹어도 의미는 파도처럼 다가온다.
“무사와 기자의 공통점이 무엇인 줄 아냐. 전쟁터에서 장렬히 전사할 때 그 존재의 가치를 가진다는 점이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전선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안동 월영교, 명물이 애물단지로’
안동MBC 정동원 기자

주간 시사물 제작에 지쳐 있던 무렵, 이 제작 아이템이 찾아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 월영교가 썩어 간다?’ 현장의 나무 썩는 그림 좀 찍고, 왜 썩었는지, 대책은 뭔지...... 뻔한 스토리를 그리며 취재에 뛰어들었다.
월영교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안동시를 찾았다. 다리의 재질이나 준공일 등 기초적인 자료를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아무도 모른다”였다. 다리 상판목재의 개수를 물으니 직접 세 보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취재진을 배웅했다. 안동시가 짓고 관리하고 있으니 모든 자료는 안동시에서 가지고 있을 텐데 이들이 협조해주지 않으니 난감했다. ‘행정정보 공개 청구’란 절차가 있지만 오기가 발동했다.
위기는 곧 기회! 생각도 못한 곳에서 취재 의욕이 끓어올랐다. 바빠지기 시작했다. 목재 개수를 직접 세는 것을 비롯해서 시공사, 감리사 등의 관계자들 뿐 아니라 여러 ‘목재’ 전문가들을 섭외 해야 했다. 그러나 한계가 찾아왔다. 다리 부식을 진단해줄 수 있는 목재 전문가들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목재 산업’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서 전문가 풀이 좁게 형성돼 누구도 싫은 소리를 하기 싫었던 것이다.
취재진이 직접 나무다리의 상태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문제는 돈이었다. 안전진단을 의뢰하는데 5백 만원 안팎의 용역비가 든다는 것이었다. 회사 상부에 협조를 구했지만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무가 썩었으면 교체하면 되고...’. 굳이 15분 짜리 취재를 위해 예산에도 없는 돈을 쓸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다리 전체가 썩어있어 통행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가정은 현실이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이 없는 취재진으로서는 더 이상 떼를 쓸 수도 없었다.
취재진이 직접 나무를 떼 내 가공한 뒤 나무의 강도 같은 최소한의 검사만 의뢰했고, ‘그대로 둬서는 안 될 다리’라는 어느 정도의 결과를 얻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들을 섭외한 건 행운이었다. 그들이 ‘공짜로’ 현장에 내려와서 진단과 원인을 짚어줬다. 취재진이 지목한 여러 다리 부식의 원인은 차츰 마름질돼 갔고 최종적인 확인 절차를 거쳐 민감한 문제들을 방송할 수 있었다.
자칫 밋밋하고 상투적인 고발 기사로 끝났을 아이템을 밀착 취재할 수 있도록, 취재의욕을 한껏 불타게 해준 안동시 공무원‘들’한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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