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북한의 핵실험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같은 날 방송은 특보를 통해 생방송으로 보도했으며, 신문은 자사 닷컴을 통해 속보는 물론 익일 지면을 도배하며 북의 핵실험을 보도했다. 내용도 모두 북한 핵실험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의 반응, 추정되는 장소,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여부 등이 주류를 이뤘고 일부 신문들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실패로 몰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보도가 안보 위기를 지나치게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이같은 위기감이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우리 언론이 북한의 핵이라는 가장 뉴스가치가 높은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안보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본보는 정치학자와 국제관계학자, 언론학자 등 교수들에게 북한의 핵실험 파동과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 그리고 향후 대응책에 대해 들어봤다.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보도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김태효 교수=북한의 핵실험 이후 신문과 방송 모두 전문가들을 동원한 좌담회나 분석기사가 많은데 학자들이 관변학자들과 북한 및 대외정책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향후 전망 등이 부족했다.
일부 학자들의 경우 잘못된 견해로 인해 지금까지 대북 정책에 있어서 잘못된 담론을 키운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말을 거침없이 보도한 것은 언론의 비 전문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정부는 비현실적인 NGO 등에 재정 지원하고 청와대에 초청해서 브리핑하게 해 공식적인 담론으로 키운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지나친 위기국면 부각, 역효과 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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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평호 단국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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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교수=조금 과격한 표현을 빌리자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던 관례의 반복이라 생각한다. 굳이 큰 난리가 난 것처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 핵실험의 심각성을 알린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나치게 위기 국면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기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에도 오히려 역효과를 줄 것이다. 북의 핵실험이 어느 정도 예견됐던 만큼 정부의 대응 시나리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마치 아무 대응책도 없는 것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처럼 여론을 조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백학순 실장=북한 핵실험은 빅뉴스다. YTN 등이 특보편성을 했던 것이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강력 반발 등 안보위기 쪽으로 몰아간 측면이 강했다. 때문에 장기적 대책 마련 등을 언급하는 데는 미흡했다.
△양무진 교수=안보위기 쪽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강하다. 핵실험 이후 전망이나 대책에는 소홀한 채 정부의 정책 실패나 준비부족만을 지나치게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철기 교수=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다. 핵실험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근본적 책임 분석 없이 무조건 핵실험한 북한은 악이고 노무현 정부의 정책실패가 핵실험의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미국 대북 정책의 실패다. 미국 여론과 언론은 북의 핵실험이 부시 행정부의 실패라고 보고 있다. 우리 언론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핵실험 자체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실패로 몰아가는 듯하다.
북한 핵실험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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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효 성균관대 국제정치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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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교수=안보 위기다 아니다를 떠나 북한의 핵실험은 핵국가를 공표하는 행위다. 정상적인 대북 정책은 불가능하다. 일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을 이번 핵실험의 원인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완전히 기만적인 지적이다. 이들은 미국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것 등을 예로 들며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호기를 맞았는데 부시행정부가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중단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올브라이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할 때 파키스탄의 핵물리학자는 13번이나 평양을 들락날락했다. 핵무기 보유국으로 가는 것과 협상을 하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북한은 시간과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북한의 예정된 수순은 핵국가라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미국은 2002년 이미 알았던 사항을 우리나라는 오늘에야 깨달은 것이다.
△이철기 교수=분명히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어긴 것이고 모험주의로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근본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도 같은 강도의 비난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지난 3일 핵실험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었다. 자신들의 체제보장 및 미국으로부터의 핵 위협의 제거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조건이 받아들여졌을 때 핵을 포기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핵실험은 모험주의지만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협상 카드다.
향후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나 △김평호 교수=강대국들은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질서에 약소국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 대북 제재도 그런 이유에서 이뤄지지 않겠는가. 미국 위주의 질서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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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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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순 실장=미국의 대응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현재 미국은 중간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다.
대북정책조정관 임명 등 여러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미국의 구체적인 대응책이 나오기까지는 좀 더 시일이 필요하다. 안보리에서 미국은 결국 강경 대응·저지 쪽으로 정해지겠지만 중국이 변수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비핵화 등 낮은 수위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적 제재 혹은 북한 붕괴 쪽으로 몰고 간다면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충분한 논의 통한 제재 필요”
△양무진 교수=지금 당장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는 옳지 않다. 핵실험을 두고 국제사회가 합의 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어떤 제재를 어떻게 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합의와 검증이 요구된다. 현재 유엔헌장 7조는 경제, 군사적 제재가 각각 명시돼 있다. 둘 중 선별적으로 하나만 가할 것인지, 두 가지를 통합한 새로운 결의안을 만들 것 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또한 미국에 의한 일방적 제재보다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북한 핵실험을 바라보는 원인과 향후 풀어가는 과정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언론보도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김태효 교수=상황이 명확해졌는데도 언론은 포용이냐 압박이냐로 분열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가 평화와 전쟁방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단호한 조치가 위험하다고 보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가 있다. 현재 언론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을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측면에 의존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이 점을 지양해야 한다.
“북한 변화시키는 단호한 조치도 하나의 방법” 현재 북핵 문제는 우리 손을 떠났다.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 현실이다. 더 이상 북핵 해체나 사찰이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북한이 지금이라도 변화를 한다면 북한 정권과 공존하느냐 아니면 북한의 정권변화를 유도하느냐의 선택만 있을 듯하다. 결국 전쟁을 배제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군축 등의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김평호 교수=이번 북한의 행위 자체는 상식적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정부가 ‘안보내각’을 구성한다는 등의 방식은 올바른 대처가 아니다. 북을 더 고립시키는 순간 더 큰 위기가 찾아 올 것이다. 언론의 보도행태 역시 이런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신맹신과 정부정책 호도하는 언론태도 문제” △백학순 실장=현재 자행되고 있는 외신에 대해 맹신하는 보도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 보수 언론들이 냉철한 논리가 아닌 악화, 보복 심리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안타깝다.
특히 미국은 우리정부가 취해야할 입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는 핵무기를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허용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핵무기가 직접 자국 영향권에 들지 않는 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미국에 한반도 비핵화를 더욱 강력히 전달하는 한편, 북한도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이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햇볕정책 실패로 정부정책을 호도하고 있는 언론태도도 문제다. 그동안 미국과의 강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에 대한 대화채널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 현 정부의 정책실패라면 실패다. 그러나 이것으로 햇볕정책의 실패라고 호도할 수는 없다.
앞으로 언론보도는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단순 사실보도보다는 정확한 분석형 기사를 많이 양산해야 한다. 또 이를 위해 대북 혹은 대미 전문가를 초빙, 대담을 펼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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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무진 경남대 북학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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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교수=수구언론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정부의 정책실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언론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정책의 성패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은 10~20년 후에나 가능하다. 그것은 또한 학자들의 몫이어야 한다. 언론은 핵실험이 우리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과 남북간, 더 나아가 동북아에 미칠 영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다시 말해 사실관계의 보도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가 포용에 의한 대북정책을 펼친 것과 반대로 미국은 압박에 의한 대북정책으로 일관했다. 언론이 우리의 대북정책을 실패했다고 진단했다면, 미국의 정책은 성공했어야만 한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에서 보듯 미국의 정책 역시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그러나 어느 언론에서도 여기에 대한 객관적 진단은 없다.
“국내 언론 북미 양자협상 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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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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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기 교수=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분노할 수도 있다. 적절히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북 강경론에 편승, 제재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UN의 안보리 제재나 부시 행정부의 대북 압력 정책만 강조해서도 안 되고, 햇볕정책의 실패로 봐도 안 된다.
북의 핵을 없애고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가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봤을 때 현재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핵실험 전에 지불해야할 대가보다 공식적으로 핵보유가 인정되면서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열쇠는 부시 행정부가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 언론도 비판을 가하고 있고, 올 말 중간선거가 있어 이 문제가 어떻게든 이슈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언론이 보도해야 할 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북미 양자 협상을 요구하는 보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북한 핵실험에 대응할 현 정부에 방안을 제시한다면. △김태효 교수=무작정 지원을 철회하고 맞대응하자는 것은 아니고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 변화된 행동을 보이도록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UN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결정되는 것하고 실행은 별개의 문제다. 원론적으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얼마나 침착하게 동참하느냐는 북한의 향후 행동·동태의 전개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정책적인 문제다.
△김평호 교수=정부가 당장 북의 무력 도발이 감행될 것처럼 처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론 역시 불필요한 안보위기론은 접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 스스로 최악의 상황이라며 허둥대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사실 북 핵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됐던 것 아닌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와 관련된 대응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다. 희망하건데 그 해법이 남북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안이 아닌 대화의 국면, 다시 말해 외교적 방식으로 풀어갔으면 좋겠다.
△백학순 실장=우리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먼저 정책실패에 대한 부분이다. 어떻게 부정적인 핵실험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즉각적인 반응은 옳지 않다. 노 대통령이 9일 오후 보수 언론 등의 영향에 의해 곧바로 햇볕정책을 수정한다고 했던 점은 너무 빠른 결단이고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일단 조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되, 이를 위해 정책 커뮤니티와 정치계가 공동으로 내부 대화를 충분히 나눠야 한다. 문제 해결점을 명확하고 냉정하게 정리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비공식 접촉을 시작하고 미국은 대화를 통해 비핵화 설득에 나서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현재 핵실험이 진행됐다하더라도 북한 비핵화의 원칙을 고수해야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핵화를 고수하는 방법론을 마련해야 한다.
△양무진 교수=어쨌든 북한의 핵실험은 성공했다고 본다. 우리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통합이 필요하다. 정책실패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한미관계의 문제의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사회지도층은 단합해야 하고, 그래야만 국제 사회에서도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의식의 양극화에서도 벗어나야 할 것이다. 언론에 의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확산되고, 북한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생각 없는 좌파로 매도되는 현실은 어떠한 해답도 줄 수 없다. 우선 정계와 학계, 언론간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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