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왜 손학규를 주목하나

풍부한 커리어 인정…한나라당 후보 가능성 '아직'


   
 
  ▲ 민심대장정 49일째를 맞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7일 경남 고성군 천사의 집에서 자원봉사 학생들과 함께 텃밭에 거름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가 뽑은 언론 자유와 발전에 적합한 대선 주자(2006년 한국기자협회 창립 42주년 기자 여론조사). 국회 출입 기자들이 뽑은 차기 대통령 적임자(2005년 미디어오늘 창간 11주년 기념 여론조사). 정치부 기자, 교수, 국회의원이 선호하는 다음 대통령 선거 야당 후보 적임자(2004년 뉴스메이커 지령 600호 여론조사).



대답은 같았다. 손학규였다.
기협과 조사를 벌인 한길리서치 측은 “이번 기협의 여론조사를 포함,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손 전 지사가 항상 상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손 전 지사에 대한 평가는 실제 후한 편이다.



내일신문 남봉우 정당팀장은 그를 “민주화 운동 경험에 플러스 알파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민주화 운동 경력이 후보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참여정부 이후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손 전 지사는 20년에 걸친 민주화 운동 경험에 더해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로서도 그런대로 합격점을 받았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에도 열쇠가 있다. 기자는 일반인보다 정보의 양에서 앞선다. 대통령 후보 등 공직자를 평가하는 기준도 높다. 일반인들은 손 지사를 잘 모르지만 기자들은 다르다. 손 전 지사의 경력이나 이념,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보의 양과 깊이가 다른 기자 등 오피니언 리더 집단에서는 손 전 지사가 확실히 어필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구본영 정치부장은 “일반인들은 언론을 통해 한번 걸러진 이미지와 정보를 갖고 인물을 평가한다”며 “직접 가까운 거리에서 살펴볼 기회가 많은 기자들은 손 전 지사의 능력과 정통 정치인과는 다른 진솔함을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지사 특별보좌관을 지낸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부천소사)은 “노무현 대통령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퍼스넬리티에서도 손 전 지사는 크게 비교된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가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에 부합된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통합적 능력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을 출입하고 있는 한 정치부 기자는 “기자들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떠오를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며 “그것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을 아울러 21세기를 이끌고 갈 리더십이며, 손 전 지사가 현재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서는 제일 가깝게 들어맞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가 표방하는 이념은 ‘진보적 자유주의.’ 성향 상으로도 극단적인 보수도, 무능한 진보도 아니다. 이런 점이 기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여당에 대한 반감 때문에 보수층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국민들은 보수-중도-진보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이를 기자들은 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이명박, 김근태 등 다른 후보군에 비해 정파성이 약하다는 게 손 전 지사의 또 다른 강점”이라며 “언론개혁 등 특정 쟁점이 있을 때 손 전 지사는 어느 한 쪽에 기울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감을 준다”고 분석했다. 사학법, 국가보안법 국면을 주도한 박근혜 전 대표나 재벌 이미지가 강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비해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과 일체감이 약하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듯 기자들의 호평이 곧바로 ‘대권’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정치부 기자들은 손 전 지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내일신문 남봉우 팀장은 “손 전 지사가 대중적인 정치인은 아니다”라며 “현재 민심대장정으로 통해 가능성은 살렸으나 그것만으로는 대통령 후보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직 예단은 이르다. 한나라당의 후보 선출 방식이 달라진다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개인적 차원의 발언이지만 최근 여당 내에서도 ‘손학규라면 어떨까’라는 의견도 나온다”는 한 정치부 기자의 말도 여운을 남긴다. 김형준 교수는 “손학규 전 지사의 행보를 반드시 한나라당, 혹은 이번 대선으로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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