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언론들이 이번 5.31 지방선거를 맞이해서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겨레 등 6개 신문과 KBS, MBC, SBS, YTN 등 4개 방송의 25일부터 30일까지 선거 관련 보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
동아, 조선, 중앙 등 보수 신문은 여당 비판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관련 보도에 집중했다. 야당에 대한 지적은 거의 없었다. 동아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선거 관련 보도와 같이 배치하는 특징을 보였다. 조선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에 집중했다. 중앙은 여당 비판과 박 대표 관련 기사가 많았으나 ‘지방선거 총선보다 중요하다’는 주제 아래 선거 보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향, 서울, 한겨레도 감성 보도와 경마식 보도의 폐단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세 신문 역시 주요 광역단체 후보와 피습 사건 이후 박근혜 대표의 행보를 따라가는 보도가 많았다.
MBC, SBS는 월드컵 보도에 집중한 나머지 선거 보도는 뒷전이었다. MBC는 26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보스니아 평가전 후 내보낸 ‘뉴스테스크’에서 16꼭지의 월드컵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선거관련은 3꼭지에 그쳤다. SBS는 25, 26일의 경우 자사가 주최한 행사를 톱뉴스로 다루면서 선거보도 꼭지는 뉴스 중반 이후에 내보냈다. KBS, YTN은 다양한 기획과 보도로 체면을 유지했다.
심층분석, 정책 검증을 위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선거에 적절한 의제 설정도 이뤄내지 못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남언(39, 회사원)씨는 “대세론 중심의 판세 분석이 대부분일 뿐 자질이나 정책 검증은 눈에 띄지 않았으며 메니페스토 운동 등도 일반 독자들이 다가가기엔 거리감이 느껴졌다”며 “언론을 보면 선거의 이슈와 쟁점, 정당 간의 차별성도 뭔지 모르겠고 그냥 후보 개인만 있는 듯 했다”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는 젊은 층의 선거 참여 저조에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오히려 선거 참여 동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집에서 두 개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는 강진우(29, 대학원생)씨는 “언론 보도 대부분이 대세는 이미 결정됐다는 식이어서 선거에 대한 허무감을 부추겼다”며 “젊은 층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세태를 지적하는 기사도 비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선거 참여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거에 대한 혐오를 넘어서 선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기사가 많았다는 게 역대 선거 보도와 비교해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관련 보도도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신문방송학)는 “박 대표의 피습 사건은 그 어떤 의혹이라도 구체적인 증거가 확인되기 전에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도를 자제했어야 하는 게 언론의 정도”라며 “한 정당 대표의 피습이 개개인 후보의 능력에 상관없이 이런 규모의 선거를 좌우한다는 게 정상적이냐”라고 되물었다.
또 “유권자들이 주요 후보를 뺀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언론은 이에 대한 노력도 문제제기도 하지 않아 스스로 대중 독재의 위험성을 부추기거나 방기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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