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에, 줄기세포에…바람 잘 날 없었다

기자협회보 선정 2005 언론계 10대뉴스
기자사망 유난히 많았던 한 해…신문법 통과·가판 폐지 등 '多事多難'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올해 언론계는 유난히도 궂은 일이 많았다. MBC PD수첩의 취재윤리 문제로 언론사간 상호 비방보도가 난무했고,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논란, X파일사건 조기마무리 등은 진실을 갈구하는 국민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그만큼 언론은 국민들에게 믿음직한 감시자로, 진실을 보도하는 의무자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언론계의 큰 변화도 있었다. 신문법 통과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이 구성됐다. 신문들의 가판폐지를 비롯해 DMB방송 등 방송환경 변화도 있었다. 인터넷 신문 법제화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또한 신문과 방송 모두 경영악화를 겪어야 했다. 신문은 명예퇴직과 감부, 감면을 통해 경영난을 극복해야 했다. 방송도 조직개편 등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꾀했다. 이러한 언론환경은 기자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기자들이 과로나 스트레스 등으로 잇따라 사망,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올해의 언론계 10대뉴스를 요약, 정리한다.





1 신문법 통과 신문지원 본격화


올해 1월1일 통과한 신문법에 따라 신문사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꾸려지고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이 설립됐다.

‘지발위’는 벌써 두 번째 지원대상 신문사를 선정중이다. 신발위와 신문유통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인력에서 예산까지 아직 계획된 것은 없다.

이들 기구들은 내년부터 신문지원 정책을 본격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신문사마다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과 쟁점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어 순탄치 않은 여정이 될 전망이다. 특히 보수신문들이 제기한 신문법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그 성공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2‘X파일 사건’ 용두사미 종결


지난 97년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과 전·현직 검찰간부들에 대한 ‘떡값’ 제공의혹을 폭로, 언론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X 파일’ 사건이 실체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 등 몸통은 그대로 놔둔 채 이를 보도한 기자들만 검찰 기소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62명이 투입되고 전직 안기부·국정원장 등 30여명의 출국금지, 전화국 7곳과 국정원 전직원 주거지 등 25곳의 압수수색, 건국이래 처음으로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등의 메머드급 검찰수사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 이번 사건의 실체인 몸통은 그대로 놔둔 채 취재기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등 형평성을 잃은 수사였다는 비난만을 샀다.

이로 인해 언론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검법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부끄러운 과거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3 황우석 연구팀 진실게임


지난 11월 22일 MBC ‘PD수첩’ 보도로 불거지기 시작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 줄기세포논문 진위 논란은 국제적 저명 학술잡지인 ‘사이언스’에 게재됐던 논문까지 취소되는 등 사태확산으로 ‘사회적 공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황 교수팀 연구진은 생명과학 분야의 최고기술은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던 탓에 이에 따른 국민적 자부심 실추와 충격은 더할 나위 없이 큰 상태다.

더욱이 황 교수팀 연구진위논란에 따른 각종 의혹과 청와대 관여설까지 불거지면서 이번 사태는 국내외적 위상은 물론 이에 따른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건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를 낳고 있다.

또한 이를 보도, 프로그램 중단사태까지 빚으며 폐지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MBC ‘PD수첩’의 재개여부도 또다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이번 사태 해결이 가져다 줄 사회적 파장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4 신문 가판폐지 바람


올해 신문사들의 가판폐지도 큰 이슈였다. 조선일보가 3월5일자, 동아일보가 4월2일자부터 가판을 폐지했다. 이후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가판을 폐지했다.

그동안 신문가판은 기업들의 로비 진원지 역할을 하는 등 폐단이 지적돼 왔었다.

가판폐지는 신문들의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순기능을 가져왔다. 한 신문이 의제화를 하면 따라하는 베끼기 관행도 없어졌다. 기자들도 마감시간이 늘어나 더욱 짜임새 있는 기사를 쓸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독자들은 아침마다 각각 다른 1면을 볼 수 있게 됐다. 신문을 보는 즐거움이 달라진 것이다.





5 언론사 채용제도 ‘변화 예고’


언론사 채용제도에 있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한 해였다.

MBC가 수습공채시 연령 및 학력제한 등을 없앤데 이어 경향신문 한겨레 등도 수습공채 전형에서 나이와 학력 등 기존의 진입 장벽들을 과감히 철폐했다.

또한 KBS는 지난해 연령제한 철폐에 이어 올해 학력 제한을 폐지했고 SBS는 가족사항 기재란을 없애면서 과거와 다른 채용방식을 선보였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이들 언론사에는 파일럿, 전문연구원, 전문지기자 등 다양한 경력을 갖춘 지원자뿐 아니라 10대에서 50대까지 여러 연령층의 지원자들이 대거 몰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와 함께 경력 공채에서 상시채용제도를 도입, 인맥보다는 능력 위주의 선발을 예고했다.

 

6 잇따른 기자사망‘비보’


새해 벽두부터 각종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1월 머니투데이 고(故) 박무 사장이 폐암으로 별세한 데 이어 2월 매일경제 고 장욱 기자가 간암으로, 3월 MBC 고 정상원 기자가 교통사고로, 9월 서울신문 고 조승진가 과로사로, 9월 CBS 고 여동욱 기자가 간암으로, 10월 내일신문 고 이강연 기자가 사고로, 서울신문 고 이성규 기자가 직장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이처럼 많은 기자들이 각종 사고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 중 대부분은 직업상의 특성인 과로와 스트레스가 죽음의 한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각 사별 대책과 보상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한국기자협회와 해당 언론사 기자협회 지회를 중심으로 ‘유족기금’조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며 회사 내 규정이나 단협 안에 보상문제 등을 명문화해 기자들의 복지증진에 앞장 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7 방송환경 급변…‘DMB·낮방송’


올 한해 방송 환경의 가장 큰 이슈는 DMB의 등장과 낮방송의 시작이다. 2005년 5월 1일 한국은 세계 최초로 위성 이동멀티미디어방송인 ‘위성DMB’ 본 방송을 시작했다. 지상파DMB 역시 12월 1일부터 본 방송을 시작해 방송과 통신, 위성과 지상파라는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DMB의 상용화는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향후 이 분야의 기술 이전 등 경제적 이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DMB의 출발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위성DMB에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를 재전송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고 지상파DMB의 무료 원칙도 한동안 시련을 겪었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지상파DMB의 경우 휴대용 전화 단말기가 확보되지 않고 있는 점도 과제로 남아있다. 한편 낮방송은 신문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8 세계최초 인터넷신문 법제화


지난 7월 28일부로 새로 개정된 ‘신문법’에 따라 세계 최초로 인터넷신문의 법제화가 이뤄졌다.

인터넷신문의 등록은 신문법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다.

즉 독자적인 기사 생산을 위한 요건으로서 취재 인력 2인 이상을 포함하여 취재 및 편집 인력 3인 이상을 상시적으로 고용하고, 주간 게재 기사 건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자체적으로 생산한 기사로 게재할 것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7월 28일 이후 현재까지 약 2백여개의 인터넷신문이 각 시도 관청에 등록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신문법상의 인터넷신문 규정에 대한 논란의 소지도 있다. 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터넷신문과 신문법이 정하고 있는 인터넷신문의 정의가 달라 포털과 닷컴 신문을 포함할 것인가의 혼란이 있다. 또 30% 이상의 독자적 기사 게재 역시 인터넷신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치 않은 결과물이라는 등 인터넷신문과 관련한 법 개정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9 새 경인민방 사업자 선정 각축전


2004년 12월 31일을 마지막 방송으로 iTV 경인방송이 정파됐다. 방송사상 처음으로 방송위원회가 사업자 추천 거부를 행사함에 따라 일시에 구 iTV 구성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구 iTV는 투명하지 못한 경영, 방송의 사유화 등에 맞서 노조원들의 투쟁이 지속됐고 결국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못했다. 그러나 2005년 들어 경인민방은 다시 부활했다.

이에 따라 경인민방 사업자 공모가 실시됐고 모두 5개 컨소시엄이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CBS와 희망조합이 3개의 공동 대주주와 함께 GoodTV 컨소시엄을 구축했으며 중기협과 제일곡산 등이 참여하는 경인열린방송, 영안모자가 대주주로 나선 KIBS(경인방송), 한국단자·서울문화사 등의 나라방송, 휴맥스의 TVK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방송위는 2006년 1월 중으로 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IFJ 특별회의, 2007년 2월 금강산 개최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가 지난 11월 ‘아시아기자협회(AJA·회장 이상기 한국기자협회장)’ 초대 총회를 서울과 제주도, 강원도 등지에서 개최한데 이어 이를 토대로 오는 2007년 2월 금강산에서 ‘국제기자연맹(IFJ)’ 특별회의 개최를 확정하는 수확을 거뒀다.

특히 이번 IFJ 특별회의의 금강산 개최 결정은 대회 개최 이전인 2006년 6월을 전후, IFJ와 한국기자협회 간부들이 평양을 같이 방문해 2006년 10월 제4회 아시아기자포럼에서부터 북한 기자들의 참석을 적극 추진키로 합의함으로써 남북분단 시대의 또 다른 장애의 벽을 언론계가 넘어섰다는데 의미가 크다. 취재부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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